탈 달러화라는 말은 생각보다 훨씬 오래전부터 나오기 시작한 말입니다. 그러나 들어나지 않고 있다가 미국이 정치적이나 경제적으로 취약한 부분을 보일 때면 수면으로 올라와 많은 뉴스와 미디어에 노출 되게 됩니다. 요즘 미국의 인플레이션과 은행 파산 그리고 심각한 재정 적자 이슈들과 함께 이 단어가 미디어에서 다시 많이 언급되고 있습니다. 물론 이번에도 단순한 기우에 그쳐서 곧 사라질 수 있지만 이처럼 반복적으로 이슈가 되는 것은 점점 현실화될 여지도 증가하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합니다. 따라서 탈 달러화의 의미와 발생, 전개, 현상, 대안, 그리고 투자적 대안에 대해서 살펴보려고 합니다.
탈 달러화 (de dollarization)의 의미
달러의 지배력으로부터 벗어난다는 탈달러화는 단순한 한 두 가지의 경제적인 면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총체적으로 각국의 경제 전반에서 달러가 가지고 있던 영향력과 역할들을 더 이상 인정하지 않게 되는 것을 말합니다. 이런 현상을 가장 상징적으로 들어내는 두 가지 요소가 있습니다. 첫째는 각 국의 준비금(외환 보유금)에서 달러의 비중이 줄거나 제외되는 것입니다. 둘째는 무역 대금 결제에서 달러 대신 다른 결제 통화나 수단을 사용하는 것입니다.
탈 달러화 현상의 원인
탈 달러화가 최근에 급속도로 대두되는 이유는 경제적인 면과 정치적인 면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정치적인면
탈 달러화라는 것은 인류의 역사적 사건의 하나가 될 만큼 엄청난 사건입니다. 따라서 어떤 경제적인 면보다는 정치적인 면이 훨씬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은 부인하기 어렵습니다. 물론 모든 정치적인 이슈들이 반드시 정치적인 면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정확히는 정치적인 의도를 가진 경제적인 이슈라고 하는 것이 정확할 것입니다. 이런 이슈들 중에 가장 큰 것은 중국과 러시아의 탈 달러화 정책입니다. 러시아는 2014년 크림반도 강제병합 이후에 진행된 경제적인 제재를 경험하면서 달러 패권이 자신들에게 어떤 영향을 주는지 실감하게 됩니다. 그 이후부터 줄기차게 국제 무역과 금융 거래에서 자체 통화인 루블화 사용을 적극적으로 추진합니다. 이를 위해 엄청난 양의 금을 확보하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노력이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후에 러시아를 세계적인 경제 제재에서 버티게 하는 중요한 요인이 되는 것은 확실합니다. 반면에 미국은 정치적인 이슈들에서 기축 통화의 지위를 이용해 경제 제재를 실행함으로 정치적으로 미국과 대치하는 모든 국가와 세력으로부터 탈달러화의 노력을 하게 만들었습니다. 이제 그 선봉에 중국이 있지만 아랍과 남미 국가들을 비롯해서 의외로 많은 국가들이 이런 문제에 대해서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경제적인 면
많은 국가들은 점차적으로 자국의 경제 주권이 달러화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것에 심각한 우려와 스트레스를 가지고 있습니다. 특히 미국의 연방준비제도가 지속적인 금리 인상을 진행하면 신흥시장에서는 엄청난 자본이 유출됩니다. 이로 인한 금융 위기를 겪게 됩니다. 위기를 겪지 않는다고 해도 상당수의 국가들은 달러로 발행한 채권의 대한 차입 비용이 상승하는 것은 어쩔 수 없습니다. 단순히 달러가 안정적인 경제 질서의 도구 역할을 넘어 자국의 컨트롤 불가능한 리스크로 상존하는 것에 대해서 불안하게 여기는 것은 당연합니다. 반복적이고 장기적인 이런 국가적 리스크는 달러 패권에 대한 거부 반응을 가져오고 있습니다.
또 하나의 중요한 요소는 미국의 경제에 대한 불신입니다. 최근에 미국의 엄청난 부채에 대한 이슈는 그 불신들 중에 중요한 요소이기도 합니다. 금 본위제를 실행하던 달러 패권이 시작된 초기에 이미 프랑스의 드골 대통령으로부터 지불능력에 대한 문제를 제기받은 전례가 있습니다. 세계의 많은 사람들은 미국은 달러가 기축통화의 지위를 이용해 미국의 경제력보다 지나치게 많은 풍요를 누리고 있다는 비판을 해오고 있습니다. 최근에 미국이 인플레이션과 뱅크런을 대해서 심각하게 대처하는 것도 2008년에 겪었던 미국의 금융체제에 대한 불신과 위기를 재현하지 않아야 한다는 경각심이 있을 것입니다. 달러 패권이 하루아침에 사라지지는 않겠지만 반복적으로 이런 불안 요소들이 생겨나면 달러에 대한 불신과 불만은 확대될 것이며 세계의 경제주체들은 급격히 대안을 찾아서 움직일 것입니다. 실제로 영국의 파운드화가 그 기축통화의 지위를 상실할 때를 상기할 필요가 있습니다.
탈 달러화 현상
일단 탈 달러화가 진행되면 미국의 정부 지출에서 더 이상 막대한 적자 운영은 불가능해집니다. 미국의 가계와 기업들은 상당한 긴축을 경험하여 이전의 풍요로움이 감소할 것입니다. 이것은 역으로 탈 달러화를 막기 위해 미국이 얼마나 극렬하게 노력할지를 짐작하게 합니다. 어쩌면 모든 것을 걸고라도 지키려고 할 것입니다. 앞서 말한 것처럼 미국은 그들의 막대하 재정 적자에 대해서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합니다. 패권국이라도 무한대의 방만한 적자 재정을 운영할 수 없습니다. 따라서 진행 중인 탈달러화를 막거나 늦추기 위해서 미국의 재정 건전성을 확보하는 것은 가장 기본적인 요소입니다. 나아가 고통스럽더라도 긴축 정책을 확대하여 인플레이션을 잡고 가계와 기업의 건전성을 확보해야 합니다. 생산성이 뒷받침되지 않는 엄청난 통화 공급의 대가를 치르기를 거부할수록 불신은 커져갈 것입니다.
무엇이 대체할 것인가?
달러가 가지고 있던 지위가 흔들리고 공백이 생기면 새로운 통화가 그 공백을 메울 것은 자명한 일입니다. 흔히들 유로나 위안화를 대안으로 제시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러나 이런 견해들에 부정적입니다. 그들이 상당한 지위를 확보할 수는 있지만 패권 통화가 되기는 쉽지 않다는 것입니다.
첫 번째로 위안화입니다.
일단 위안화는 경제적인 기반이나 영향력은 차치하고라도 기축통화나 패권 통화가 되기 위해서 가져야 할 정치적인 영향력이 매우 낮고 상당수의 국가들은 부정적인 인식을 가지고 있습니다. 미국이 달러 패권을 정치적인 수단으로 동원할 때 그 정당성을 떠나 많은 사람들과 국가들로부터 저항을 가져왔다고 언급했듯이 패권 통화나 기축 통화는 어떤 경우든 정치적인 이유로 자유로운 경제질서나 체제가 위협받지 말아야 한다는 공동의 인식을 충족해야 합니다. 중국은 그런 인식을 충족하기 위해서 너무나도 갈 길이 멀다고 할 수 있습니다.
두 번째로 유로화입니다.
사실 유로화는 불과 수년 전만 해도 그 존패에 대해서 논할 정도로 여전히 불안정한 통화입니다. 사용하는 국가가 많고 그 경제 규모가 크다는 것이 최고의 장점이지만 내부적으로 정리되지 않은 문제들이 여전히 많습니다. 패권 통화가 되기에는 통화의 근간부터 여전히 불안 요소들을 내포하고 있어 강력한 힘을 발휘할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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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로 금이나 암호화폐를 기반으로 하는 새로운 금융 시스템입니다.
인류가 문명이 발달하고 모든 시스템이 급격히 변화하고 있지만 한 통화 혹은 한 금융 시스템이 패권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강력한 힘이 있어야 합니다. 어떤 위협이 있을 때 그 질서와 시스템을 유지할 수 있는 힘이 필요합니다. 미국의 달러 패권이 어디서 나오는가? 물을 때 그것은 발전된 금융 시스템이 아니라 강력한 군사력이라고 말하는 이유입니다. 그것이 전쟁에서 패한 파운드화가 몰락하고 전쟁에서 승리한 달러가 기축 통화가 된 이유입니다. 금이나 암호화폐는 현재 금융 시스템에 보완이나 모순을 보완할 수 있는 역할들로 발전할 수는 있지만 패권적 통화 시스템이 될 수는 없을 것입니다.
우리는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가?
우리가 탈달러화를 주목하고 예민하게 받아들여야 하는 가장 큰 이유는 국가의 경제나 세계 경제를 걱정하는 마음 때문이 아닙니다. 달러의 국제 무역과 경제 시스템에서 압도적인 역할이 앞으로 몇 년간 점차 감소할 가능성이 분명하고 달러에 대한 전 세계 의존도를 줄이기 위한 중요한 움직임이 지속될 것입니다. 이것은 고착화된 시스템의 변화를 예고하는 것입니다. 수년간 금 가격의 고공 행진, 외환 보유고의 다변화, 가상화폐의 정착, 다양한 파생상품 출현, 온라인 금융 플랫폼들의 주요 통화의 예치와 송금 서비스, 중앙은행들의 금보유량 확대 등등...
이러한 다양화는 확실히 우리에게 새로운 기회를 제공할 수 있습니다. 고착화된 시스템에서는 오랜 기득권의 득세로 새로운 기회를 확보하기 어렵습니다. 몇 년 전 코인 트레이딩으로 몇몇 사람들은 엄청난 부를 경험하게 되었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그것을 부정적인 시각으로 볼 것이며 비판적일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변화에 대해서 능동적이여야 합니다. 주식 트레이딩으로 돈을 벌면 자랑스러운 것이고 코인 트레이딩으로 돈을 벌면 도박에서 번 것처럼 인식하는 스스로를 변화시켜야 새로운 변화의 시기에 성공을 얻을 수 있습니다.
꼭 새로운 성공을 위해서 뿐 아니라 자신이 가지고 있는 부를 지키는 데에도 인식의 전환이 요구됩니다. 자신의 포트폴리오에서 달러 보유가 유로화나 위안화에 등을 포함하는 다양화를 고려해야 합니다. 투자 상품과 국가에서도 다변화를 추구해야 하는 것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되어가고 있다는 사실 역시 잊지 말아야 합니다.
특히 고민해야 할 부분이 몇 년 전부터 유행하는 미국 주식 투자입니다. 미국 주식이 안전하며 등락을 거듭하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결국 지속적으로 상승했다는 어설픈 분석에 대해서 비판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습니다. 미국의 주식이 지속적으로 성장했던 것의 핵심은 패권국의 지위를 가지고 있었기에 결과론적으로 가능했던 것이지 미국 회사나 시장이 무슨 특별한 시스템이 있어서 가능했던 것이 아닙니다. 반대로 역사적으로 패권을 가지고 있다가 그 패권을 잃어버렸을 때 그 국가들의 경제 상황과 투자 결과들에 대해서 잊지 말아야 합니다. 패권의 수준까지는 가지 않더라도 고공을 달리던 주식 시장이 오랜 침체에 빠질 수 있습니다. 1930년대 독일 주식 시장이나 1990년대 일본 주식 시장은 그 좋은 예들입니다.
결론적으로
탈달러화는 좋게 말하면 안정적이던 세계 질서가 흔들리는 상징적인 단어 중에 하나입니다. 우리가 익숙해 있어서 안정적이라고 생각했던 시스템이지만 실제로는 기득권에 의해 고착화되어 있던 질서일 수 있습니다. 변화가 불안하다 하여 그것을 지지하거나 걱정만 하기 보다는 변화 속에서 능동적으로 기회를 찾아야 합니다.
당장은 미국 달러가 많은 가치를 잃게 됨으로 유로화나 위안화 등이 주목을 받겠지만 장기적으로 달러와 함께 성장해 온 주요 통화들의 가치도 하락할 것입니다. 오히려 신흥 시장이 성장하며 그들 통화 가치가 상승할 것입니다. 특히 달러로 대표되는 현재의 금융 시스템이 이끌던 경제는 제조업 기술과 원자재를 보유한 신흥국들이 이끄는 경제가 중심으로 부상할 것입니다. 이것은 기존 금융 시스템 혹은 경제 현실에 대한 냉혹한 비판과 그에 대한 대안을 생각할 때 당연한 현상입니다.
그들은 그들의 생산 능력에 비해 과도하게 풍요롭게 누려왔습니다. 그들은 그들에게 주어진 엄청난 특권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며 무기화하였습니다. 어느 한쪽에서는 그 가치가 옳다고 해도 모두를 위한 시스템을 훼손한 것입니다. 비록 수 십 년 동안 이어온 비판과 탈달러화의 추측이 오늘 갑자기 일어나지는 않지만 현실화의 중요한 시그널들을 보내고 있다는 것은 인지할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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