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세계는 코로나로 인한 고통을 모면하기 위해 과도한 유동성을 공급했습니다. 그러나 그것이 정말 고통받는 이들의 삶의 안정을 유지시키기보다는 많은 기업들이 자사주를 매입하거나, 투기적인 투자를 하거나, 위험 자산을 부풀리는데 사용되었습니다. 그러던 중 세계에 생산품을 공급하는 중국은 제로 코로나 정책을 취하면서 자유 민주주의 시스템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통제와 봉쇄를 실시하여 공급망에 큰 타격을 주었습니다. 확실히 공급의 문제를 촉발한 이 사태야 말로 세계 경제 위기에 기름을 붓는 행위가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런데 여기에서 한 발 더 나아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이 시작했습니다. 러시아의 전쟁 계시는 전쟁에서만 폭탄을 터뜨린 것이 아니라 경제에도 확실한 폭탄을 날렸습니다. 이것은 세계 경제가 생각보다 큰 위기에 직면해 있다는 사실에 의심의 여지를 가질 수 없게 만듭니다. 이렇게 큰 이슈들이 이렇게 쉼없이 연속적으로 일어나는 건 단순히 역사적으로도 드문 일입니다. 따라서 현실에 직접 마주해야 할 경제 상황들을 정리하며 볼 필요가 있습니다.
원자재 공급과 가격의 불안정
무엇보다 세계의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가장 큰 섹터는 에너지 관련 산업들이 될 것입니다. 석유, 가스, 목제, 비철 등의 수급적 차질과 가격의 불안정은 관련 산업을 크게 위축 시켜 도미노 현상으로 각 국가에 지대한 영향을 줄 수밖에 없습니다. 지금도 많은 우려들을 낳고 있는 유럽은 직접적인 타격을 입을 수 있어 많은 기관들에서 유럽의 경제적 주축인 독일, 스페인, 프랑스, 영국 등의 경제 전망을 연속적으로 하향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이러한 하향의 이유가 구매력 감소에 따른 가계 소비 감소이기 때문에 그 문제의 심각성이 있는 것입니다. 결국 이런 유럽과 북미의 경제 불확실성과 축소는 수출 중심의 아시아 국가들의 경제 후퇴를 피할 수 없게 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1분기에 대부분의 선진국들은 이미 경제 성장 전망치보다 한참 낮은 결과를 보여줬으면 2분기에도 이러한 기조가 유지되어 암울한 예상을 바꾸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원자재 가격이 상당히 안정세를 찾아가고 있지만 여전히 불안 요소들을 가지고 있습니다. 대체적으로 고유가를 유발했던 전쟁과 지정학적 리스크는 여전히 해소되지 않은 상태에서 세계 경제의 후퇴에 따른 사용량의 감소가 유가 하락의 가장 큰 원인이 되었다면 이후에도 유가를 하향 안정화의 수순을 지속적으로 밟을 수만은 없을 것입니다. 그리고 이로 인한 가장 큰 영향을 받는 국가들은 유럽이 될 것입니다. 그러나 그 외에 제지, 화학, 금속, 등과 같은 원자재 수급의 집중적인 영향을 받는 산업들의 위험도도 높아 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런 원자재 중심의 가공 및 생산에 위기는 아시아 국가들에게 분명히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입니다. 특히 경제 구조상 원가 상승분을 제대로 가격에 반영할 수 없는 일본의 경우는 심각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습니다.
결국 원자재와 관련한 문제들은 현재도 문제지만 앞으로의 전망도 그다지 좋다고 할 수 없습니다. 더 나아가 유럽의 위기가 아시아로 전이 되는 현상들이 지속될 수 있습니다.
고금리와 부채
우리나라가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금리 인상에 특히 취약한 이유는 가계의 빚이 많기 때문이라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입니다. 그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유럽의 ECB(European Central Bank)나 미국이 FED(Federal Reserve), 그리고 영국의 BOE(Bank of England) 역시 금리를 인상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고 그 의지도 분명합니다. 그러나 역시 기업과 가계의 부채에 대해서 심각하게 고민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입니다. 이 말은 급격한 금리 인상으로 인해서 가계의 소비가 위축되고 기업의 생산 활동이 심각히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는 것을 너무도 잘 알지만 금리 인상을 안 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라는 것입니다.
고금리와 대출 규제가 주는 가장 직접적이고 명확한 결과는 부동산 하락과 건설 경기 위축입니다. 우리 나라의 경우는 부동산에 가장 큰 타격을 주어 지속적 가격 하락이 불가피하게 될 것이지만 유럽과 미국 시장에서는 건설경기에 가장 확실하게 영향이 나타납니다. 미국에서는 이미 상당한 집값 하락이 시작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러나 아직도 금리 인상은 지속적으로 이루어질 것이기에 이런 기조는 장기적으로 갈 수밖에 없습니다. 집값은 누가 무엇이라고 해도 공급의 문제가 아니라 대출의 문제입니다. 아무리 공급해도 유동성이 풍부하고 대출이 쉬우면 절대 집값은 하락하지 않습니다. (특히 우리 나라는 부동산 알선과 매매를 통한 수익 창출을 하려는 사람의 비율이 다른 선진국에 비해 너무 많습니다. 집값 안정이라는 정책 목적의 반대편에 너무 많은 사람들이 서 있는 것입니다. 그들이 세력이 되고 힘을 가질 때 정책은 힘을 잃거나 오용되고 집값은 안정되지 못합니다). 다만 시장은 늘 그렇듯 절대 한 방향으로 가지 않습니다. 오른 것은 내리고 부푼 것은 터지게 마련입니다. 타이밍을 조절할 수는 있겠지만 근본적으로 막을 수 없고 인위적인 조절도 큰 댓가를 치불해야 합니다.
무엇을 두려워하는가?
인플레이션(inflation)과 경기 침체(recession)중에 무엇인가를 선택해야 하는지도 모릅니다. 사실 두 가지다 피할 방법은 현재로서는 없어 보입니다. 물론 우리가 주목하고 있는 연준(FED)은 두 가지 모두 조율하여 경제를 연착륙할 수 있다고 강조합니다. 그러나 이미 많은 학자와 기관들은 FED의 이런 희망섞인 목표는 실현 가능하지 않다고 보고 있습니다. Economic Policy Institute의 Josh Bivens는 연준의 금리인상이 경기 침체를 발생시킨 것은 아니더라도 그 가능성을 대단히 높인 것이라고 충고를 하고 있습니다. 이외에도 많은 미국의 경제학자들이나 기관들의 평가를 보면 경기가 곧 침체로 갈 것을 확신하는 듯합니다. 이런 기조의 저변에는 높은 인플레이션에 대한 경각심을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그것을 잡기 위해서 경기 침체를 용인하는 것은 위험하다는 기조가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인플레이션은 일시적이지만 경기 침체에 빠지게 되면 그나마 유지하고 있던 고용률도 하락할 것이고 그것은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실질 소득의 감소보다 훨씬 큰 자산 가격의 하락과 실직 소득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미 지금은 모든 경제 주체들이 경제 침체가 시작했거나 다가왔다고 언급하고 있습니다. BOA(Bank of America)나 Goldman Sachs 등도 세계 경제가 침체로 가고 있다고 경고를 했고 지금은 상당수의 사람들이 동의하는 수준에 다 달았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많은 사람들이 이런 우려로 금리인상을 멈추고 경기 침체로 가지 않도록 경제를 관리하기를 바란다고 해도 연준의 최대 목표는 인플레이션을 2%대로 유지하는 것이고 그것의 가장 확실한 대안은 금리인상인 것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따라서 다른 선택을 할 확률은 많아 보이지 않습니다. 무엇보다 경기 침체를 주장하는 사람들도 미국이 장기간의 경기 침체로 갈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많지 않기 때문에 지금은 인플레이션을 잡는 것에 집중할 것입니다.
확실히 이런 기조는 유럽과는 많은 온도 차이가 있는 것입니다. 유럽의 대표적인 신용보험 회사인 Coface는 향후 일년 반 동안은 경기가 상당히 둔화될 것이라고 전망하였습니다. 그런데 현재에 유럽의 많은 경제 전문가들이나 국가들이 우려하는 것은 경기가 둔화되는 것이 아니라 생산 원가 상승으로 인한 물가의 인플레이션이 그대로 유지된 상태에서 소비자들의 소비가 감소하는 것을 우려하는 것입니다. 즉 인플레이션(Inflation)만 나타나거나 디플레이션(Deflation)만 나타나면 각 국가의 중앙 은행들은 대책을 모색할 여지가 어느 정도 있지만 현재의 경기 상황은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으로 갈 확률이 적지 않다고 지적하고 있는 것입니다.
다만 앞서 글에서도 언급했듯이 미국의 실업률과 OECD 회원국들의 전체적인 실업률에서는 경기 침체라는 진단을 하기에는 양호한 결과들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앞으로 어떻게 경제 상황이 전개되어 가는가에 주목해야합니다. 우리도 최악의 경우 스태그플레이션에 빠질 수 있는 상황에 빠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
우리 나라는 가계가 부실화되어 있지만 세계적으로 보면 많은 기업이 상당히 부실화되어 있습니다. 특히 미국이나 중국은 코로나 이후 이미 한계 기업에 대한 청산을 미루고 막대한 자금을 공급했는데 그것이 기업을 건전하게 육성하기보다는 연명하는 것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연명한다는 것은 막대한 세금을 낭비할 뿐아니라 부실을 키우는 결과를 필연적으로 가져오게 됩니다. 이런 부실을 가장 확실하게 정리할 수 있는 것이 경기 침체입니다. 정부는 늘 ‘안정적’인 상황 관리를 위해 타협하고 봉합하려는 유혹을 받지만 주기적으로 일정한 청산과 고통은 이후의 더 큰 건전한 성장과 구조적인 안정성에 도움을 주는 것은 확실합니다. Economic Cycle Research Institute의 공동 설립자인 Lakshman Achuthan은 이런 “경제의 침체 혹은 불황은 경제 전체의 청소”라는 표현을 쓰기도 합니다. 개인적인 견해로 미국은 이런 청산에 있어 저력이 있습니다. 그것은 기업이나 개인의 파산에 대한 개인들과 국가가 받아드리는 무게가 우리보다는 훨씬 가볍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나라나 중국, 일본 등은 이런 개인과 기업의 파산은 실패자체를 의미하기 때문에 부실을 키우면서 최대한 버티는 경향을 보일 때가 많습니다. 이런 의미에서 그나마 시장의 원리가 작동하는 한국과 일본보다는 중국이 훨씬 더 큰 리스크를 잠재적으로 가지고 있으리라 봅니다.
그 누구도 의도하지 않은 엄청난 경제적 이슈들이 복합적으로 터졌지만 고통과 불확실성이 두려워서 임시처방과 편법적인 방법들을 동원해서 순간을 모범하면 이후엔 확실히 더 큰 위기의 순간은 오게 되고 그때는 더 큰 고통을 겪어야만 할 것입니다. 다만 가장 혜택 받지 못한 나라와 국민들이 그 과정에서 오히려 더 큰 고통을 가장 먼저 받아야 하는 것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늘 그렇지만 가장 많은 돈을 찍어내고 대가 없이 사용한 미국은 가장한 강력한 달러 강세가 되어 있다는 것이 너무 아이러니컬하고 답답한 할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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