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달러의 특성들
각 나라의 통화는 다양한 요소에 영향을 받아서 그 가치가 결정된다. 그러나 각 국가의 경제 상황, 정치, 자원, 안보 등에 따라 그 주요 요소는 다 다르다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원(KRW)의 가치를 좌우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은 수출과 안보 상황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그 주요 요소들을 선정하는 것도 나름의 관점일 뿐이고 어느 한 관점이 정답이라고는 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편적으로 각 통화에 대한 특징들과 평가 요소들에 어느 정도 합의는 가능하다.
모든 것이 그렇듯 어떠한 이해를 갖기 위해서는 가장 보편적인 이해와 관점으로부터 출발하는 것이 편견과 협소한 논리를 벗어날 수 있는 중요한 방법이다. 이런 의미에서 미국 달러의 특성들을 간략히 살펴봤다. 현재 역사상 유래가 없는 다양하고 극단적인 경제 상황들이 펼쳐지고 있지만 근본적인 달러의 특성과 흐름을 알고 있다면 우리는 어떠한 과정을 걸치든 종국에는 미국 경제와 세계 경제가 어떤 방향으로 갈지 추측하고 예견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물론 아래의 특징들이 매 순간 드러나는 것은 아니다. 종종 이 특징들이 맞지 않는 현상이 보일 때가 있다. 그러나 긴 역사의 흐름에서 보면 대체로 이 특징들이 옳다고 보편적으로 인정된다는 의미에서 기술한 것을 전제하고자 한다.
달러는 금 가격과 반대로 움직인다
금 가격과 미국 달러는 역사적으로 거의 완벽한 역관계를 가지고 있으며 서로에 대한 완벽한 거울 이미지에 가까웠다. 이것은 금 가격이 상승하면 달러가 하락하고 그 반대도 마찬가지임을 의미한다. 이 관계는 금이 달러로 측정된다는 사실에서 비롯된다. 금은 일반적으로 궁극적인 화폐 형태로 간주되기 때문에 글로벌 불확실성으로 인한 달러 가치 하락이 금 가치 상승의 주요 원인이다. 금은 또한 최고의 안전한 피난처 상품으로 간주되어 지정학적 불확실성의 시기에 투자자들은 금으로 몰려 드는 경향이 있으며, 이는 본질적으로 달러에 타격을 준다. 2020년은 이 사례를 아주 극단적으로 보여주는 해였다. 코로나 팬데믹에 빠져 있는 세계 상황에서 금은 선물 가격에서 달러 환산으로 금 가치를 산출한 이래 처음으로 2천 달러를 돌파하여 상승했다. 그러나 달러는 2020년 11% 의 가치 하락하였다. 그러나 하반기에 백신 개발 소식이 나오면서 달러는 보합을 유지하는 반면 금 가격은 2000달러 아래로 급락하기 시작하였다.
신흥국 통화에 절대적 영향을 준다
아시아의 금융 위기 시 각 국가는 여러 문제들을 생산하고 있었지만 그 문제를 확대하고 폭발시킨 것은 통화의 문제였다. 고정환율을 통해 자국의 경제성장을 유지하려고 하던 정부들의 노력이 얼마나 큰 위기로 이어지는 지를 보여주는 사례들 이였다. 미국은 늘 통상에 있어 자국의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강력한 법안들을 마련한다. 달러의 가치를 낮출수록 수출 경쟁력은 높아지기 때문에 달러의 가치를 낮추고 상대국들이 환율 개입을 통해 달러 대비 낮은 환율로 유도하지 못하게 한다. 그러나 문제는 미국은 자국의 경상수지 적자를 메우기 위해 늘 엄청난 달러를 찍어내고 그 천문학적인 달러들의 유통량은 결국 해외로 유출된다. 이것은 경제 구조상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이기까지 하다. 이 미국 정책에 따른 달러의 발행과 유입이 경쟁에 바로 드러나는 나라들이 신흥국들이다. 선진국들은 이미 거대한 호수이기에 어느 정도의 물이 유입되어도 큰 요동 없이 수용 가능하다. 그러나 신흥국들은 작은 연못 수준이기에 유입되는 물의 영향이 그대로 드러난다. 유입된 달러로 인해 신흥국의 통화 가치는 오르고 수출 경쟁력은 약화된다. 문제는 이후에 미국 경재가 활력을 갖게 되면 연방준비이사회는 금리를 올릴 수밖에 없다. 이때 각국에 유입된 달러는 급속도로 미국으로 빨려 들어가는데 그 속도와 양이 선진국보다는 신흥국에서 훨씬 강하게 나타난다. 이것이 주는 신흥국에서의 피해는 아르헨티나, 이란, 터키, 남아프리카, 브라질 등에서 여러 차례 이미 경험하였다. 이들은 사실 극단적인 상황까지 간 국가들이지만 여타의 모든 신흥국들도 엄청난 자본 유출을 경험한다. 이것은 주기적으로 반복되어 심지어 ‘신흥국 10년 위기설’까지 만들어졌다.
이러한 상황들을 타개하려는 노력 중 하나가 통화를 달러에 고정하는 것이다. 정부가 예비 통화에 대해 고정된 비율로 국내 통화를 매수 또는 매도하겠다고 제안함으로써 미국 달러를 예비 통화로 유지하는 데 동의한다는 기본 아이디어와 관련이 있다. 이것을 달러 페그제 (Dollar Peg System)라고 한다. 이 제도를 도입한 정부는 일반적으로 유통되는 현지 통화의 양과 동일하게 외환보유고를 보유할 것을 약속해야 한다. 이 중앙은행은 미국 달러의 큰 보유자가 되며 고정 또는 유동 페그 관리에 통화정책이 초점을 맞출 수밖에 없다. 이 달러 페그제(Dollar Peg System)에 대표적인 국가가 홍콩이다. 1983년부터 달러 페그제(Dollar Peg System)를 채택하여 수많은 고비들을 이겨내며 유지하고 있고 이 제도가 홍콩이 국제 금융 도시의 지위를 유지하는 근간이 되었다. 그러나 이 제도는 해당국의 금리가 미국 금리에 예속되고 외환보유고의 급격한 유출 가능성도 생기며 중앙은행에 통화권을 극히 제한하는 결과를 가져옴으로 위험성도 내포하고 있는 제도이다. 그럼에도 달러를 통한 자국 통화를 연동하려는 이유는 달러가 신흥국 통화와 경제에 절대적 영향을 주고 위기로 몰아넣는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이다.
미국 국채와 외국 채권의 이자율 차이는 중요하다
미국 국채와 외국 채권의 이자율 차이는 전문 외환 거래자들이 따르는 매우 중요한 지표이다. 미국 시장은 세계에서 가장 큰 시장 중 하나이고 투자자는 미국 자산이 제공하는 수익률에 매우 민감하기 때문에 잠재적인 통화 움직임의 강력한 지표가 될 수 있는 것이다. 대규모 투자자는 지속적으로 수익률이 가장 높은 자산을 찾게 된다. 미국 수익률이 감소하거나 해외 수익률이 상승하면 투자자가 미국 자산을 팔고 해외 자산을 구매하도록 유도한다. 미국 고정 수입 또는 주식 자산을 매도하면 미국 달러를 매도하고 외화를 매수해야 하므로 통화 시장에 영향을 미친다. 미국 수익률이 상승하거나 해외 수익률이 하락하면 일반적으로 투자자는 미국 자산을 구매하는 경향이 높아져 달러 가치가 상승하는 것이다.
2016년 도널드 트럼프 후보의 당선 가능성이 높아지자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가 상승하기 시작했다. 당선과 함께 1조 달러의 기반시설 투자를 통한 경기 부양을 할 것이라는 공약이 이유였다. 1.59% 수준이던 금리는 인플레이션을 우려했던 투자자들이 채권을 던지기 시작했고 금리는 단 몇 주 만에 2.26%까지 오르면서 상승세를 유지하였다. 채권 금리의 상승은 달러의 흐름을 바꾼다. 세계의 자본들이 달러로 모여들었고 세계의 환율들은 흔들렸다. 한국도 이때 원달러 환율이 1200원까지 상승했다. 세계의 모든 나라들은 미국의 국채 금리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지금과 같이 불안한 상황에서는 더 더욱 안전자산에 대한 선호로 각 국에서는 미국 국채 금리 변동에 더 민감하다. 국채의 금리 차이는 통화의 이동을 의미하므로 외환 거래자들도 늘 확인을 해야 한다.
달러 지수를 주목하라
시장 참여자들은 전체 달러 강세 또는 약세의 척도로 미국 달러 지수 (USDX)를 늘 확인해야 한다. 달러 인덱스의 기준점은 환율 완전 자율제가 시작한 1973년인데 이때를 기준인 100으로 잡는다. 100보다 올라가면 1973년 기준보다 달러가 강세라는 의미이고 그보다 내려가면 달러가 그 해보다 약세라는 의미이다. 달러 인덱스는 종류가 대표적인 두 개가 있다. 우리가 자주 보는 달러 인덱스는 세계 주요 6개국의 돈에 비해서 달러화가 얼마나 강해졌는지 조사를 한 것이다. 즉 파운드, 유로, 엔, 캐나다 달러, 스위스 프랑, 추가로 스웨덴 크로나에 비해서 달러가 얼마나 강해졌는지 조사를 한 것이다. 반면 미국의 연방준비제도에서 발표하는 달러 인덱스가 있다. 미국과의 무역비중을 고려해서 달러의 강약을 측정한 것으로 흔히들 무역가중 달러 인덱스라 한다. Forex 시장에서는 참여자들에게 이 무역가중 달러 인덱스를 추천하기도 한다. 달러가 단일 통화에 대해 크게 변동했어도 거래 가중치 기준으로는 크게 움직이지 않았을 수 있기 때문이다. 더 객관적이고 전체를 볼 수 있다는 의미이다.
주식 및 채권과의 관계를 이해하라
한 국가의 주식 시장과 채권 시장과 통화 간에는 강한 상관관계가 있다. 주식 시장이 상승하고 있다면 일반적으로 기회를 잡기 위해 외국인이 투자한 달러가 들어온다. 주식 시장이 하락하면 국내 투자자들은 해외 투자 기회를 포착하기 위해서만 현지 상장 기업의 주식을 팔게 된다. 반면 환율이 하락하면 수출이 감소하고, 수출이 감소하면 기업의 이익도 그만큼 감소해 주가가 하락을 하게 된다. 이것이 기본적인 경제 상식인데 모든 것이 상식대로만 흘러가진 않는다. 아래 그래프는 원 달러 환율과 코스피 200을 비교하여 나타낸 것이다.
2020년 11월에 환율은 1100원대로 하락했으나 코스피 200은 340대까지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다. 원칙대로라면 환율 하락으로 인한 기업의 수출이 감소하고 주가는 하락해야 함에도 주가가 여전히 엄청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핵심은 경쟁력이다. 만약 한국 회사들이 판매하는 것이 세계 시장에서 경쟁할 때 단가의 차이만을 고려해서 경쟁한다면 환율 하락으로 인해 경쟁력을 상실하고 다른 경쟁력 있는 가격을 가진 제품들이 대체될 것이다. 그러나 단순한 가격 경쟁의 제품이 아닌 기술과 성능에서 뛰어난 제품들은 오늘 천 원하던 것이 1100원이 되었다고 다른 제품으로 대체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만약 기업이 환율의 하락에도 경쟁력을 유지하고 지속적인 흑자를 낸다면 외국의 자본은 더더욱 몰릴 수밖에 없다. 그들은 주식투자로 수익을 올림과 동시에 안정적인 환율과 이후에 지속적인 환율 하락으로 인한 추가 수익까지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달러를 위한 중요한 경제 지표들
고용-비농업 급여 (ADP National Employment Report), 소비자 물가 지수 (CPI), 생산자 물가 지수 (PPI), 국내 총생산 (GDP), 국제 무역, 고용 비용 지수 (ECI), 구매 관리자 지수 (Ivey Purchasing Managers Index), 소매 판매 (Retail Sale), 재무부 국제 자본 흐름 데이터 (TIC 데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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